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음악을 듣게 될까. 그리고 마침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될까.
전시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음악이 더 이상 음악만이 아닌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순수하거나 고결하다는 신화를 넘어서, 언제나 사회의 한가운데서 작동해 왔습니다. 그것은 한때 수용자의 발을 구르게 만든 리듬이었고, 타국의 전파를 타고 재편된 프로파간다였으며, 민중가요의 메아리로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언제나 듣는 이의 위치, 시대의 맥락, 연주의 조건에 따라 그 결을 달리합니다.
1950년대, 미군 부대와 미8군 클럽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문화가 유입된 부평은 오늘날 ‘음악도시’로 불리기까지 독특한 음악적 풍경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러한 부평의 모습은 단순한 문화 소비의 공간을 넘어, 음악이 사회·정치·경제적 변동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삶 깊숙이 스며든 음악은 단지 축제를 위한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전쟁과 식민, 억압의 흔적과 함께 흘러들어 사람들의 기억과 감각 안에 복잡한 층위로 각인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예술가—김영은, 남화연, 이희경, 문지호—는 각각의 방식으로 음악의 기록과 전달, 재현과 망각을 탐색합니다. 청각적 경험의 역사적 맥락과 국경을 넘어 재생산된 노래, 대중음악 안에 녹아 있는 상흔과 이주의 흔적, 음악이 던지는 비선형적 시간성에 이르기까지, 음악이 울려 퍼졌던 장면들을 전시장 안에 불러들이며 ‘미래의 청취자’에게 질문을 건넵니다. 매혹과 통제, 위로와 억압, 순수성과 폭력성. 이처럼 음악이 지닌 양가적 측면을 돌아보는 일은 곧, 그것이 우리의 삶을 구성해 온 방식과 그 윤리적·정치적 중층성을 되짚는 일입니다.
‘종말(fin)’은 단지 세계(le monde)의 붕괴가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온 시간(le temps)의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을 가리킵니다. 올리비에 메시앙이 2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에서 작곡한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그 끝을 단언하는 대신, 끝과 끝 사이의 지연된 틈에 머물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새로운 시간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음악은 그러한 방식으로 선형적인 시간을 이탈하여, 듣는 이의 몸과 감각을 또 다른 감응으로 이끕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음악은 희망과 혐오, 저항과 침묵의 경계에서 울리고 있으며, 바로 그 경계에서 새로운 시간의 형식이 자라납니다.
전시장 곳곳에 흩어진 소리의 틈을 가로지르며, 사라진 악보의 여백을 따라 걸으며, 아직 들리지 않은 음악을 흥얼거리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먼 훗날 부르게 될 노래일지도 모릅니다.
전시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음악이 더 이상 음악만이 아닌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순수하거나 고결하다는 신화를 넘어서, 언제나 사회의 한가운데서 작동해 왔습니다. 그것은 한때 수용자의 발을 구르게 만든 리듬이었고, 타국의 전파를 타고 재편된 프로파간다였으며, 민중가요의 메아리로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언제나 듣는 이의 위치, 시대의 맥락, 연주의 조건에 따라 그 결을 달리합니다.
1950년대, 미군 부대와 미8군 클럽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문화가 유입된 부평은 오늘날 ‘음악도시’로 불리기까지 독특한 음악적 풍경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러한 부평의 모습은 단순한 문화 소비의 공간을 넘어, 음악이 사회·정치·경제적 변동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삶 깊숙이 스며든 음악은 단지 축제를 위한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전쟁과 식민, 억압의 흔적과 함께 흘러들어 사람들의 기억과 감각 안에 복잡한 층위로 각인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예술가—김영은, 남화연, 이희경, 문지호—는 각각의 방식으로 음악의 기록과 전달, 재현과 망각을 탐색합니다. 청각적 경험의 역사적 맥락과 국경을 넘어 재생산된 노래, 대중음악 안에 녹아 있는 상흔과 이주의 흔적, 음악이 던지는 비선형적 시간성에 이르기까지, 음악이 울려 퍼졌던 장면들을 전시장 안에 불러들이며 ‘미래의 청취자’에게 질문을 건넵니다. 매혹과 통제, 위로와 억압, 순수성과 폭력성. 이처럼 음악이 지닌 양가적 측면을 돌아보는 일은 곧, 그것이 우리의 삶을 구성해 온 방식과 그 윤리적·정치적 중층성을 되짚는 일입니다.
‘종말(fin)’은 단지 세계(le monde)의 붕괴가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온 시간(le temps)의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을 가리킵니다. 올리비에 메시앙이 2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에서 작곡한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그 끝을 단언하는 대신, 끝과 끝 사이의 지연된 틈에 머물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새로운 시간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음악은 그러한 방식으로 선형적인 시간을 이탈하여, 듣는 이의 몸과 감각을 또 다른 감응으로 이끕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음악은 희망과 혐오, 저항과 침묵의 경계에서 울리고 있으며, 바로 그 경계에서 새로운 시간의 형식이 자라납니다.
전시장 곳곳에 흩어진 소리의 틈을 가로지르며, 사라진 악보의 여백을 따라 걸으며, 아직 들리지 않은 음악을 흥얼거리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먼 훗날 부르게 될 노래일지도 모릅니다.
서문. 큐레이터 박이슬
전시기간: 2025. 7. 31.(목) ~ 8.24.(일) ※ 월요일 휴관
운영시간: 10:00~18:00 (12:00~13:00 휴게시간)
운영시간: 10:00~18:00 (12:00~13:00 휴게시간)
전시장소: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
기 획 자: 박이슬
보조기획자: 지소형
참여작가: 김영은, 남화연, 문지호, 이희경
주최주관: 부평구문화재단
후 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시해설 프로그램운영: 매주 토, 일 운영
1) 수어해설: 토요일 11:00 / 일요일 14:00 ※ 8.23.(토)은 수어해설 운영하지 않습니다.
2) 음성해설: 토요일 14:00 / 일요일 11:00 / 접근성 안내(음성해설_부평구청 아나운서 심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