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 시각예술 창작지원 성과발표전 생생화화: 生生化化
《궤적을 연결하는 점들》
𝗖𝗼𝗻𝗻𝗲𝗰𝘁𝗶𝗻𝗴 𝘁𝗵𝗲 𝗗𝗼𝘁𝘀
《궤적을 연결하는 점들》
𝗖𝗼𝗻𝗻𝗲𝗰𝘁𝗶𝗻𝗴 𝘁𝗵𝗲 𝗗𝗼𝘁𝘀
2024.11.27 ~ 2025.1.26
고양시립아람미술관
참여작가
강상우, 김대환, 김민정, 김진기, 김현주&조광희, 서성협, 이세준, 이희경, 전보경, 최윤지, 홍수진
주최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주관
고양문화재단
후원
제비스코
고양시립아람미술관
참여작가
강상우, 김대환, 김민정, 김진기, 김현주&조광희, 서성협, 이세준, 이희경, 전보경, 최윤지, 홍수진
주최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주관
고양문화재단
후원
제비스코
작가노트
처음 그녀들을 만났을 때 손님 없는 평일 오후의 식당은 한산 했고 나는 쭈뼛거리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막상 계획도 없이 말을 붙였었다. 답사와 리서치를 작업의 수행 방식으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라 서툴기 그지 없이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무지한 질문을 마구 쏟아냈었는데 이제 어언 3년이 가까운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니 그녀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인내심 있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고 또 증명해야 했는지 이제와서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25년을 살아온, 이제 첫째 아이가 사회인이 될 동안에도 여전히 낯선 사람이었고 비가시화 되는 존재인 이주여성은 한국인의 며느리로 한국인과 결합한 재생산자로 잠시 드러나지만 그 외의 정체성들은 묻혀야했다. ‘이주’라는 것은 단순히 국가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존재증명을 반복 하는 과정이다. ‘아시아’를 배경으로 둔 사람들의 이주는 국가가 만들어낸 경로였고 그 길은 철저히 식민 자본주의적인 것이었다.
히잡을 쓴 그녀들과 있으면 길 한복판에서 목소리가 큰 혐오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당당한 혐오와 위선도 없는 차별은 길을 걷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일상생활에 일어난다. 이것은 혐오자 개인의 문제일까? 그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게 힘을 실어준 것은 이 사회일 것이다. 올 해로 산업연수생제도가 시작 되었던 것이 30년, 고용허가제가 20년이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권리를 갖지 못한 채 위험한 일에 내몰리고 있지만 사업장변경제한 문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지역제한까지 실시되며 착취를 심화 시키고 있다. 위험한 일에 내몰린 사람들이 죽고 있지만 이주민에 대한 가짜뉴스와 우기기 같은 저열한 혐오가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떼를 쓴다. 미국발 반무슬림 정서는 지역의 길거리에서 우리에게 실재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제노사이드를 반복하는 세계는 거대한 광란에 휘감겼던 식민과 근현대의 상흔이 치유되기 전에 시체 위에 집을 지었다. 자본주의가 자유의 탈을 쓰고 타인의 삶을 파괴하도록 용인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사회의 차별이나 배제 경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부던히 불행을 어깨 뒤로 던지며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간다.
이번 전시의 영상 <긴 터널을 지나는 법>은 2채널 비디오로 ‘이주’라는 과정의 시간에 대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지난 작업에 인터뷰이로 참여해주었던 나왕엔다, 윤띠아나 씨가 출연해주었는데 늘 뒷모습이나 옆모습, 움직이는 모습만 담았지만 이번에 우리는 똑바로 카메라를 보았다. 이것은 그 뒤의 나-작가와 그녀 사이의 이해가 깊어지며 자연스런 초상을 담아낼 수 있는 순간을 함께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영상은 이 세계에 대한 무기력과 냉소에 맞서기 위해서 서로에게 지어보이는 미소와 그 반대편에 놓인 시선에 응수한다. 장소로부터 맥락이 분리 된 사물과 존재들 그리고 공간 사이를 오가며 보다 나은 삶을 향해 이주를 택한 그녀들의 움직임으로 기나긴 터널을 헤쳐 나가려 했다.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 하는 터널_동굴은 가려진 시대의 상흔이며 약탈과 축적의 경로를 타고 국가라는 단일하고 배타적인 정체성의 경계를 이동하는 이주여성의 얽힘과 충돌 가득한 세계이다. 그리고 전시 공간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설치된 작품 <밤이 걸어간다.>는 역사적 장소와 인물, 이주여성의 이미지를 투명필름에 인쇄하여 층층이 레이어를 형성하도록 전시장의 복도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앞뒤로 겹쳐 보이는 이미지들은 버티컬처럼 컷팅 되어 관람자가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경험을 통해 영상과 상호작용하며 ‘이주’라는 시간과 장소의 경험을 몸에 닿아 어렴풋하게나마 사유할 수 있길 바랐다.
2024. 이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