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모든 곳에서
전시기간: 2024.2.6 - 3.24
전시장소: 김근태기념도서관
기획: 이희경
참여 작가: 워꺼라운드 (김건희, 방아란, 양효윤, 이동경, 이희경)
주관.주최: 워꺼라운드
후원: 인권의학연구소, 김근태기념도서관
퍼포먼스: 2024. 2. 17. 14시
1. <잘 지냈나요?> 구성: 이희경 / 낭독: 이동석
2. <자화상> 시: 정명자 / 구성: 이동경, 양효윤 / 출연: 정명자, 양효윤 / 음향디자인: 신동원
권위주의 통치의 어두운 역사가 휩쓸고 간 자리에 여러 상흔이 기록되며 시절의 생존자는 국가와 권위자의 폭력으로부터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다시 과거의 몸으로 회귀 되곤한다. 공장 노동자, 재일동포 유학생, 이산가족을 두었던 보험사 직원과 건설근로자 등 각기 다른 삶을 살던 평범한 사람들은 군부독재를 지탱하기 위한 간첩조작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고문과 구금이 끝난 후에도 이어진 붉은 낙인은 평범한 삶의 기회를 빼앗아 갔으며 개인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과 친구, 이웃으로 번져 우리 사회는 단절된 채 서로를 감시하고 공동체의 파괴를 경험하여야 했다.
전시 <때아닌 모든 곳에서>는 늘 과거의 증인으로 소환되는 생존자들과 함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전시이다. 인권의학연구소의 트라우마 치유센터 ‘숨'에서 10인의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참여하였으며 팀 ‘워꺼라운드’는 이제는 고령이 된 몸에 남은 기록을 은유적으로 발화하고자 마중물 문장을 이용한 시 쓰기와 즉흥 움직임 모임을 진행하였다. 이번 전시는 생존자와 5인의 작가들이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사이에 생겨난 ‘어떤 씨앗’에서 파생하여 각기 재해석 한 영상과 필사 설치, 퍼포먼스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들은 너무나도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을 쫓기 보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지금의 생존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고통은 연결 고리가 되어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내몰렸던 삶의 시린 손을 맞잡고 균열에서 발생한 질문은 자신과 타자 그리고 사회에 대한 사유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절연을 회복하기 위한 치유의 시작이 이곳에 있음을 이야기 한다.
1층의 영상 <잘 지냈나요?>는 재일동포 이동석 선생님이 참여한 작업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모국에서 유학을 하던 중 국가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 되어야 했다. 구금된 동안 일본의 친구들과 낯선 이들은 구원회를 만들어 교도소로 안부 엽서를 보내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국경과 이념을 넘어 그에게 전달된다. <한편의 지도>는 전시 참여자들과 연결된 키워드에 따라 김근태 도서관의 소장도서를 관람자가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로비 공간에서는 양효윤 작가와 참여자 정명자 선생님의 듀엣 퍼포먼스 <자화상>이 배치되어 있다. 동일방직 부당해고 조합원으로 투쟁한 당사자의 자작시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된 퍼포먼스는 생의 터에서 주위와 연대하고 미래를 도모하던 불꽃 같은 면모의 운동가이자 국가폭력으로 인한 자신의 상흔을 응시하며 마음을 갈고닦는 당사자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김건희, 방아란 감독의 공동창작 영상과 이동경 작가의 필사 설치가 전시되어 있다. 영상 <일어나는 몸>은 간첩 조작 사건과 노동운동으로 국가폭력 피해를 입은 10인의 생존자들이 모여 자신의 언어로 공동의 시를 창작하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신체로 표현해 보는 워크숍 이후 생존자의 말과 언어,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그들이 경험 했던 삶의 한 부분과 감정을 영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또 이동경 작가의 필사 설치 작품 <눌러쓴 말들>은 국가폭력 생존자들이 남긴 필사(必死)의 말을 읽고 그 말들 중 작가에게 생채기를 낸 말을 채취하고 필사(筆寫) 행위를 통해 온몸으로 읽어내며 기억하려는 작업이다. 작가는 행위의 결과로 사물화 된 말들을 이곳으로 가져와 관객들에게 또 다른 필사 행위를 제안한다. 말들을 마주한 관객 또한 자신에게 생채기를 낸 말을 채집하고 필사하는 것으로 이 작업은 완성된다. 지난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이 여정을 통해 우리가 함께 꿰어지며 연결될 가능성을 찾아보기를 제안한다.
때아닌 모든 곳에서.
서문. 이희경
* [워꺼라운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김건희, 방아란과 연극의 배우와 연출로 활동 중인 양효윤, 극작과 드라마터그, 문화예술교육자 활동 중인 이동경, 시각예술작가인 이희경이 모여 만든 팀으로 국가폭력생존자, 성소수자, 이주여성 등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폭력, 구조적 문제 등을 함께 연구하며 예술의 언어로 우회하거나 대안적인 방식을 고민하며 길고 가늘게 연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근태 기념도서관 운영시간 | 매주 월요일 휴관
평일 9:00 ~ 20:00
주말 9: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