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낚시 Ghost fishing
지역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

2021.9.27 - 2021.10.4
대종세종연구원 1층 로비

서소형, 신미정, 이희경, 진형민


전시의 제목 <유령낚시ghost fishing>는 해양에 내버려진 그물과 낚시바늘 등 어업 도구에 생물들이 걸려 죽는 현상을 말한다. 누가 낚시를 한 것은 아니나 조업의 욕망과 편의를 위해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와 거북이 등이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해저에 깔려 있는 그물에 대해 생각한다. 이 사회가 하나의 바다라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그물은 바다를 살아가는 조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그물들과 바늘에 걸려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이야기에 대 해 생각한다. 우리 지역을 살아가는 여성의 서사에 유령의 그물이 산재해 있다고. 작가들은 그 그물을 헤집어 묶여있던 여성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띄어 올리고자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서소형의 영상작업 <침묵과 불균형 사이>는 양성평등에 관한 균형과 상대적인 관점을 영상을 통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길 시도하고 있다. 신미정은 아카이브 설치 작업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통해 대전 세종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와 연구 자료들을 기반으로 대전 지역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인터뷰를 기록하고 아카이빙 하여 지역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희경은 대전 지역의 인도네시아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영상 <Down SuSu>를 통해 들려준다. 영상은 결혼이주여성, ‘어머니’의 위치로 가려진 그녀의 다양한 정체성을 추적하고자 한다. 진형민은 그의 다큐멘터리 영상 <공존>을 통해 펜데믹 상황을 헤쳐 나가는 대전 시장 여성 상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 그리고 영상을 다루는 4명의 작가가 사회에서 축소되거나 누락 되는 지역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이다. 가부장 사회와 전통적 성역할을 정상성으로 인지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층위의 여성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비가시화 되어 왔다. 작가들은 대전세종연구원의 여성가족정책센터와 함께 지역의 여성 담론을 짚어보고 나아가 여성 개인의 미시사로부터 실재하는 이미지를 묘사하고 드러냄으로써 감성과 사유의 재정립을 시도한다. 비가시화 되는 여성의 삶을 시각예술로 길어 올리고자하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보다 더 많은, 다양한 여성의 발화가 유령의 그물에서 벗어나 담론의 바다 위로 떠오르길 기대한다.

전시서문_이희경

<Down SuSu>, 단채널영상, 사운드, 16분 42초,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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